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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프레드 울만의 동급생 - 조르주 당댕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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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 울만의 동급생에서는 한스와 콘라딘 사이에 우정 이상의, 사랑 비슷한 감정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힌트는 여러 군데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콘라딘이 한스를 "조르주 당댕"이라고 부르며, 프랑스어로 이야기한 부분을 좀 더 알아보았다.

 

 동급생 줄거리

 

한스는 유대인 의사의 아들이고, 콘라딘은 호엔펠스라는 독일 귀족 집안의 백작 도련님이다. 한스는 그의 깔끔하고 귀족적인 면모에 한눈에 반해버리고, 콘라딘도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한스를 마음에 들어한다. 둘은 금방 친해지고, 학교에서도 붙어다니며 함께 여행도 다닌다. 

 

그런 우정도 잠시, 나치 정권이 들어서기 시작하고 억압받는 유대인과 독일인 사이 미묘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한다. 학급 내 독일인 학생들은 한스를 더러운 유대인이라며 놀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콘라딘은 한스와 우정을 계속 이어나간다.

 

 조르주 당댕의 의미

 

어느 날, 한스는 콘라딘을 집에 초대한다. 둘은 공통 관심사인 고대 그리스 수집품을 보며 재밌게 시간을 보낸다. 곧, 집에 한스의 아버지가 들어오고, 한스의 친구이자 호엔펠스 백작을 발견한 그는 놀라며 매우 깍듯하게 콘라딘을 대접한다. 구두 뒤축을 딱 부딪히며, 콘라딘에게 경례를 하며 이렇게 말한다.

 

"환영합니다. 참으로 영광입니다, 백작님."

 

한스는 자기 친구에게 경례를 하는 아버지를 보고 충격을 먹는다. 자신의 영웅이었던 아버지의 비굴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부끄러움과 역겨움을 느낀다. 하지만 한스의 비참한 현실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한스는 콘라딘의 궁궐같은 저택에 초대를 받아 놀러간다. 하지만 그는 곧 콘라딘의 부모님이 없을 때만 자기를 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서운함을 느낀다. 그러던 와중, 어느 날 한스는 오페라 극장에서 콘라딘의 가족과 우연히 마주친다.

 

둘은 눈을 마주치지만, 콘라딘은 곧 눈길을 피하고 못본 척 한다. 

 

다음 날, 학교에서 한스는 왜 자신을 못본 척 했냐며 울다시피 화를 낸다. 콘라딘은 우정을 의심하지 말라고 하지만, 한스는 계속해서 이유를 묻는다. 망설이던 콘라딘은 이런 말을 한다.

 

"좋아, 그렇다면. Tu l'as voulu, George Dandin, tu l'as voulu (이건 네가 초래한 거야, 조르주 당댕, 자업자득이라고). 네가 진실을 원한다고 했으니 이제 알려 주지. (...) 우리 어머니는 왕가 귀족 출신이고, 유대인을 싫어해. 유대인들은 농노보다 비천한 이 세상의 최하층민, 불가촉 천민들이었어. 어머니는 유대인을 혐오해."

 

엄청난 폭탄이다.

 

이 장면에서 콘라딘이 왜 갑자기 프랑스어를 썼을까? 둘은 독일 사람이니 원래는 독일어로 말할 터였다. 물론, 한스와 콘라딘 모두 무지막지하게 똑똑해서 갑자기 프랑스어로 말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조르주 당댕이라니? 이게 도대체 누구야?

 

이 책에 달린 주석에 보면, "몰리에르의 희극에 등장하는 인물"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설명만으로는 이 내용을 자세히 알기가 어렵다.

 

조르주 당댕

<조르주 당댕>은 프랑스 작가 몰리에르가 지은 희곡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조르주 당댕은 신분이 낮은 농부이지만, 돈을 많이 벌어 고귀한 귀족 여성과 결혼한다. 결혼 후, 그녀의 가족은 조르주 당댕이 하층민이라며 무시하고, 부인과 가족들이 함께 짜고 조르주 당댕을 불륜이라며 모함을 하기에 이른다.

 

그러니 콘라딘이 한스를 조르주 당댕이라고 부른 것은 속뜻이 따로 있는 셈이다. 농부와 귀족부인 사이의 결혼처럼, 유대인과 독일인 백작이라는 계급이 둘 사이의 우정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 게다가 귀족가문의 가족들이 그를 싫어한다는 점을 연극에 빗대어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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